<막이 오르기 전에>
대학시절,
다양한 써클활동을 하리라 입학전부터 맘먹었다.
그래서 연극반에 들어갔고,
수업이 끝나기가 바쁘게 공연장으로 달려갔다.
공원 밑에 자리잡은 레퍼터리 소극장.
그 곳에서 <대머리 여가수>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을 공연했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에
몸을 푸는 게 중요한 데
조명 아래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춤 추는 것이
공연 전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사실은 몸풀기와 함께 마음을 풀어
코미디 극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합류하는 게 목적이다.
그 때 사용했던 음악 대부분이 Boney M 밴드의 노래들이었는 데 지금도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그 시절이 생각난다.
<연극이 끝난 후>
연극, "대머리 여가수"가
매 회 만원사례를 이루던 1981년 어느 날이었다.
연극이 끝나고 무대인사 후, 분장실로 들어와 후다닥 분장을 지우고 있었다. 잠시후 웬 외국인 남자가 대학생인 듯한 청년과 함께 분장실로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함께 공연했던 친구 숙진이는 얼굴도 이쁘장해서 주연급에 해당하는 스미스부인 역을 맡았었고, 난 그 집에 놀러 온 마틴부인역을 맡았었다. 비록 주연은 아니더라도 연극의 흐름을 재밌게 이끌어간다는 스탭 언니의 칭찬에 나름 만족하며 즐겼던 공연이었다.
'그래 조연이든 엑스트라든 개성있게 연기하는 게 중요하지뭐...'
내가 데려 온 친구가 나보다 더 중요한 역이 맡겨졌을 때
솔직히 좀 맥이 빠지긴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외국인 관객까지 찾아오는 친구를 부러워하며 얼굴에 칠한 도량(분장용 파운데이션)을 티슈로 박박 지우며 흘깃 분장실로 들어오는 두 남자를 훔쳐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이라니~!
두 남자는 이쁜 스미스부인이 아닌
못낸이 마틴부인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게 아닌가!
어머머~ 세상에...
대학생이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음..저희 학교 교수님이신데요, 오늘 연극 잘 보셨답니다.
마틴부인의 연기를 재밌게 보셔서 특별히 인사드리고싶다고 하셔서요..." 그 다음에 무슨 말을 했는 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리고 외국인 교수가 뭐라고 쏼라쏼라 했고 당시 영어가 짧은 내가 뱉은 말은 달랑 "쌩큐~!" 한 마디.
그 날 이후, 마틴부인으로서의 내 자존감은 급 상승되었고,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무대를 이어갔던 것 같다.
아....지금을부터 36년 전의 일이었다.
♪음악
Daddy Cool/ Boney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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