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난 후

숙명여대 뮤지컬 '설렘'의 무대 "모멘토 모리"를 보고.

Indiankoko 2017. 12. 9. 20:51
"좋은 공연을 보고나면 그 감동의 두근거림이 나를 들뜨게한다. 
그리고 그 행복한 기분은 며칠 동안, 길게는 평생 내 삶의 에너지가 된다.
숙대<설렘>의 공연 <모멘토 모리>의 감동 또한 나를 얼마나 오래 행복하게 해줄까....?"





Momento Mori  : A memento mori (Latin 'remember that you will die') is....

‘당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1.

숙명여대 뮤지컬 동아리 “설렘”의 15회 공연작품 <Momento Mori>는

보는 내내 관객으로 하여금 유쾌, 상쾌하게 만드는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다.

 

게다가 그저 웃다가 끝나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라

 ‘죽음’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진지한 작품이어서 더 특별하다.

 

Momento  Mori -라틴어

네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잊지마라.) 

 그러므로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는다는 것을 명심하여 하루 하루를 선물처럼

(The Present is a present.) 살아가라.

 

삶에 대해 한 번쯤 고씹어볼 만한 중년세대도 아닌 20대 젊은이들이 

이런 어른스럽고 진지한 주제를 무대에 올린 것에 대해 우선 점수를 주고 싶다.

 





2.

이 뮤지컬이 더 매력적인 이유는 주제를 어둡고 무겁게만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쾌, 상쾌한 방법으로 주제에 접근해간다는 점이다. 

게다가 미스테리한 스토리의 전개방식은 다음 장면이 무엇일까 설레게 만든다.

* 참고로 공연팀 이름이 <설렘>이다.

 

개성 있는 각각의 캐릭터를 배우들은 아주 특별하고 노련하게 풀어내어 

시종 관객으로 하여금 기분 좋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그 연기는 프로급이다. 

오히려 그들의 상큼한 매력에 흠뻑 빠지게 만든다.

 

픽션과 넌픽션(소설과 현실)을 병행시켜 전개하는 특별한 전개방법이나 

유머와 진지함이 적절하게 엮인 스토리 속에서 창작팀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프로급 연주와 멜로디는 뮤지컬로서 손색이 없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던 무대장치는 아마도 예산 문제와 결부됐으리라 짐작한다. 

선명하지 못한 스크린의 화질은 오히려 풋풋했고, 이런 부족함이 대학 연극스러웠다.

 







3.

수많은 스탭들의 수고를 등에 업은 채 결국 공연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것은 

그 날 무대 위에 선 배우들이다. 

애초에 대학연극에 대한 큰 기대가 없어서 이 연극이 돋보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 재미있게, 

관객을 쥐락 펴락하게 만든 배우들의 연기력이 무대를 빛내 주었고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그냥 평범한 보험회사 직원 역할을 담담하게 연기한 길소원역의 권소희양도 훌륭했지만, 

밋밋한 작가역을 아주 개성있게 연기한 차가은 역의 김소진양은 

시종일관 극 전체를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주연급 감초역할이었다. 

대사 전달력도 뛰어나고 연기는 선배다운 여유가 넘친다. 

당장 프로 뮤지컬 무대로 옮겨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멀티 역은 이제 모든 연극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이다. 

다양한 변신으로 관객을 무궁무진 즐겁게 해준다. 

그래서 나준수, 김군, 지점장, 정팀장은 꼭 필요한 배역들이다. 

여사장 역의 김경민양의 노래솜씨도 나쁘지 않았고, 이혜지양의 여유는 앞으로 기대가 된다.

 







4.

참으로 오랜만에 접한 대학 연극무대, 보는 내내 나의 오래 전 대학연극 무대를 생각케 했다. 

턱없는 저예산에 사사건건 터치는 문제들, 

그래서 이번 숙명여자대학교의 <설렘>무대는 더욱 특별히 다가왔고 감동스러웠다.

 

이번 뮤지컬에 열정을 고스란히 바친, 

앞으로 대한민국이 주목할 만한 뮤지컬팀이 되기에 손색이 없는 

숙명여대 2013 <설렘>팀에게 뜨겁고도 힘찬 기립박수를 보낸다.



2013. 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