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6일의 일기 : 13일의 금요일
<세상 작은 일에 연연하여 마음 상하면 큰 일을 못하리라...
타이거의 마음처럼 크게 생각하고 크게 포효하리라...>
지금까지 13일의 금요일날 특별히 나쁜 일이 일어났다거나 한 적은 없었다.
지난 13일의 금요일을 빼고는...
죄목..
-밤 늦게까지 남아서 연극 연습한 너의 죄로
교감인 내가 왜 교장에게 야단들어야 하느냐...-
(그렇다면 교장샘이 화났었던 이유 : 허락없이 밤 늦게 학교에 남았다는 것.
늘 허락없이 학교에 남았었는데...쩝..
허가한다는 의미는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뜻인데...갸우뚱...
참고: 우리 교장샘은 돈에 아주 민감하신 분임.)
이런 일로 그동안 날 외면했다니...
쫀쫀해서 정말 못 봐주겠다
하지만 어쩌랴.. 나이 어린 내가 참아야지,
맘 크게 먹고
하하하 크게 웃으며 넘겨야지...
하지만 난 인간관계가 껄끄러운 걸 못 견딘다.
그래서 어떻게든 꼬인 실을 풀려고 애쓰는 편이다.
그래야 맘 편히 잠 잘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찌 풀까 고민했다.
그래, 편지를 쓰는거야.
그리고 예쁜 카드에 이렇게 쓰리라.
" 교감샘... 화 푸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리고 쵸코렡과 땅콩과 낚시 찌까지 뽀나스로
(우리 교감샘은 낚시를 엄청 좋아함.)
카드와 함께 교감샘 책상 위에 놓아야지..
그래도 화 여전히 안 풀면
나도 이제 당신 안 볼꺼야..(무쉰 재주로..)
연극을 한다는 건
평범한 일이 아니란 걸 안다.
시샛말로 튀는 행동이다.
그래서 난 초임때부터 이 튀는 작업을 최대한 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늘 숨어서 아이들과 작업을 해야 했다.
물론 내가 좋아해서 하는 일이지만
(내가 좋아해서 하면 안된다. 시키는 일만 잘 해야지....)
개인적인 목적으로 연극을 하는 것도 아니고 교육청에서 공적으로 운영하는 영어교과 연구회 운영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난 쉬쉬하며 퇴근 후에 밤 시간을 이용해서 연습에 임해 왔다.
원래 이런 경우 초과 근무 수당을 받으며 하게 되어 있지만 그런 건 감히 할 수도 없었으며 하고 싶지도 않았다.
작년엔 고생한다며 격려받으며 했던 일을 올해는 이렇게 죄인처럼 쉬쉬하며 하고 있다.
그러나...
그날 밤,
오래된 제자들이 나의 늦은 생일축하겸으로 다시 뭉쳤다.
모두 여섯명이 모였고 멀리서 와주었다. (구리, 광주, 의정부, 여수..)
"얘들아, 오늘은 내가 쏜다. 맘껏 먹고 유쾌히 놀아보자."
제자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유쾌하게 마무리 된 13일의 금요일이었다.
오늘 아침에 내 인사를 외면하는 교감 샘의 책상위에
카드랑 쵸코렛 올려놓고 왔습니다.
그 분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제발....환하게 웃으며 날 불러야 할텐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