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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마주친 파랑 풍선 /2006.7.29

Indiankoko 2018. 2. 1. 02:44

 

며칠 전 비내리는 늦은 오후 운동하러 가는 길에 있었던 일입니다.

 

울집에서 내가 매일 밤 운동하는 곳인 헬쓰장은 겨우 5분도 안 걸리는 아주 가까운 곳입니다.

횡단보도 대신 육교가 있는 데 전 주로 무단횡단을 하는 편입니다.

(쉿~!! 우리 학교 아그들에겐 비밀입니당ㅎㅎ)

 

사실은 그 길이 무단횡단하기 딱 좋게 되어 있거덩요.

도로폭도 좁은 데다가 중간에 쉬어가는 작은 섬도 있고......

에구~ 그래도 어째튼 무단횡단은 나빳~~!!!

 

건 그렇구, 암튼 야그를 계속하자면요, 그 날 비 내리는 길을 무단횡단하고 있는 데

차들이 다니는 도로 위에 상당히 큰 파랑 풍선 하나가 떼굴떼굴 굴러가고 있지 않겠어요.

(위 사진 참조)

운전을 하시는 분들은 도로 위에 갑자기 나타난 정애물이 얼마나 위험한 지 아실 겁니다.

 

그래서 또 제가 또 누굽니까? 정의의 승질 드러븐 포카혼타스....

그 풍선을 빨리 제거하는 게 급선무란 생각으로 저 쪽에서 오는 차를

멋진 폼으로 제지시키면서 바람때문에 자꾸 도망가는 그 놈을 콱 움켜 잡았습니다.

 

'얌마, 이리 와.. 짜슥~네가 도망가 봤쟈지"

 

그 풍선은 보아하니 어느 신규 업소...맞다, 새 미용실 선전용 풍선이었는 데

아마 어떤 꼬마 녀석이 떨궈 놓은 채 가버린 모양입니다.

하얀 프라스틱 막대 손잡이도 있고 크기는 상당히 큰 그 풍선을 적당히 버려야 할 곳을 찾으며 제 목적지인 헬쓰장으로 가는 데 마땅히 버릴 곳이 없었습니다.

아무데다 두면 분명 바람에 또 날려갈 것이 뻔했으니까요.

 

햐~ 요걸 어쩐다? 이 풍선을 어떻게 처리하지?

그러다가 팥빙수와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집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음.. 이 집엔 아이들 손님이 많이 올테니 사은품으로 주라고 하면 되겠다'

"아줌마, 이거 ...길에서 주웠는데요, 아이 손님에게 선물로 주세요."

 

팥빙수 아줌마는 제 생각과 같았을까요~?

노우~, 아닙니다. 아줌마는 단방에 "아녜요, 됐어요."

엥~? 이건 내 원래 각본하고 다르넹~.

< 내 각본 == "어머~ 고마워요. 참 예쁘다" >

 

좀 머쓱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어깨엔 운동가방, 한 손엔 우산, 다른 한 손에 문제의 파랑 풍선을 들고

다시 갈 길을 계속 가는 데 아, 글쎄~~~할렐루야~저 쪽 전방 5미터 지점 앞에

노랑 장화도 아니고 *파랑 장화를 신고 거기에 *파랑 우산까지 쓴 다섯 살쯤 돼 보이는 꼬마 아이가 걔네 엄마, 아빠랑 제 쪽으로 걸어오고 있지 않겠어요?

어쩌면 그렇게 정확히 파랑 장화에 파랑 우산이냐구요?

글쎄... 그 애가 이 파랑 풍선만 손에 들면 이건 환상의 파랑색 앙상블입니다, 아싸~~ ~

퍼뜩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 이건 운명이다. 이 아이가 이 파랑 풍선을 가져야 할 운명.'

 

그래서 아이에게 말했죠.

 

"어머~, 얘, 너 이 파랑 풍선만 들면 딱이다~~!!"

전 그 애의 엄마, 아빠를 쳐다 보면서 애처로운 미소를 띄우며 허락을 구했죠.

그런데....그들은 아주 매정하게 그것도 단칼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뇨, 필요없어요."

'흐미~ 야, 웬만하면 좀 받아라. 너무하다, 딱 한 셑트인데...이 풍선만 손에 들면...쩝'

 

결국, 전 그 풍선을 어쩌지 못하고 터벅터벅 헬쓰장까지 가져와야 했습니다.

이곳까지 오는 5 분 동안 파랑(?)만장한 사연을 겪은 터라 전 관장님께 하소연을 했습니다.

 

"글쎄요, 관장님, 제 야그 좀 들어보세요. 좋은 일 한 번 해보겠다고....

쌸라쌸라....이러쿵 저러쿵.....그래서 여그까지 갖고 왔네용.

할 수 엄써요, 관장님 가지세요~~ㅎㅎ"

 

생각해보니 블로그에 실으면 딱일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다 싶어서

관장님께 풍선 좀 들고 있으라고 했지요, 증거품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구,

그래서 블로그에 올려서 만인에게 알려야 한다구 ㅋㅋㅋㅋㅋㅋ

 

자~, 그 문제의 파랑 풍선입니다. 이뿌죠~? ㅎㅎㅎ

 

 

요로분~~운전에 방해되는 물건들 함부러 거리에 버리지 맙시다~~~

코코같은 승질 더러븐 사람들 애먹습니다~~!!! ^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