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마천국

영화 황진이 / 2007-07-03

Indiankoko 2018. 1. 29. 00:29


  

 

 

 

 

1.

세상보다 큰 여자

역사보다 뜨거운 사랑

위선의 시대를 넘어선 단 한 사람이 온다

 

귀해지고 싶으냐. 나는 천해지겠다

 

16세기, 유일하게 인간대접을 받는 양반이 되기 위해 사람들은 돈과 거짓을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진이(송혜교)는 출생의 비밀을 듣는 순간 기꺼이 모두가 멸시하는 천민의 길을 선택한다. 소꿉친구인 노비 ‘놈이’(유지태)를 첫 남자로 삼은 다음 날, 기생들의 거리 ‘청교방’에 들어간다.

 

나는, 세상이, 두렵지 않다

 

기생 명월이 된 진이. 옷감 세 필이면 모두 그녀를 안을 수 있었지만 그 재능과 위엄에 양반부터 천민까지 모두의 동경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신분을 버렸던 것보다 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 <펌>

 

 

 

2.

한 장면, 한 장면이 정성들여 만들어진 영화,

배우와 배역이 잘 어울리게 만들어진 영화,

조연들이 든든하게 잘 받춰 준 영화,

 

(특히 윤여정, 사또역의 유승룡, 서화담, 벽계수,...

그리고 늙은 기생역의 김부선의 열연이 돋보인다.)

 

조명, 음악과 의상의 고급스러움,

한국적인 영화로서 "명품"이란 칭호를 붙여주고 싶은 영화....

지고지순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애닯은 사랑 이야기.........

 

영화를 보고 이렇게 긴~여운을 가지고

 

감동에 젖었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난 요즘 이 영화의 주인공 황진이에 푹 빠져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몇몇 비평가 또는 인터넷에 떠도는 영화 관람 평가자들의 낮은 점수평에

직접 보지도 않고 이 영화 보기를 포기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사실 난 국산 영화보단 외화를 즐겨보는 편이었으며 모든 영화의 경우 상당히 곰곰 생각한 후 가려서 보는 편이다.

 

오랫동안 연극을 만들면서도 한국적인 맛이 깃든 고전 작품들이

언젠가 멋지게 영화화 되거나 무대 공연화 될 것을 꿈꾸어 왔다.

 

한국적인 맛을 정말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기다려왔다.

 

 

영화 <황진이>,...

놈이와 황진이와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

비극으로 끝나지만 결코 그것이 비극이라고 말할 수 없는.....

 

아~ 제도와 신분의 차이로 말미암아 이루어질 수 없는

두 남,녀의 애틋한 이 사랑 이야기가 나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영화가 다 끝나서도 쉽게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 영화 속에 황진이가 없다고.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들을 하는 건 지..

 

짐작컨대 사람들은 그 영화에 대한 너무 큰 기대를 가진 탓이리라,

예산을 많이 들였느니 4년동안 제작되었느니,....

 

상영 전에 이런 기대섞인 홍보들은

일반인들에게 영화에 대한 실망만 배가시키는 역효과란 생각이 든다.

혹여 이 영화의 작가가 북한 사람이란 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했을까...?

 

다른 각도에서 조명된 황진이의 모습을 왜 읽어내지 못하는 걸까...

내면의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절제하는 황진이의 역할을 왜 읽지 못하는 지...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보려고 영화관을 다시 찾던 날

황진이 상영 시간이 맞지 않아 대신 트랜스포머를 보았다.

 

<트랜스포머>...

한 마디로 보는 내내 눈 돌릴 틈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임엔 틀림없다.

제2의 ET같은 영화라고나 할까, 스파이더맨 같은 영화....

팝콘 먹으며 온 가족이 신나게 볼 수 있는 영화.

언뜻보니 관객들이 모두 만족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영화관을 나오는 순간 그게 끝이었다.

감동 (아니, 놀라움이란 표현이 더 적절할 듯)이란 건 영화 보는 동안 뿐이었다.

와~~어떻게 저리 영화 만드는 테크닉이 뛰어날까...? 하는....

할리우드의 영화 만드는 기술은 놀라움 그 자체라는....

 

그러나 황진이는 다르다.

보고나서 일 주일이 지나도 아니 2주일이 다 돼가도

여태 그 감동의 여운이 남아있는 영화....

그게 영화 < 황진이>가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이다.

 

아직 이 영화를 안 보신 분들께 당부하고 싶다.

 

절대 특별한 기대나 자기가 상상하는 황진이를 마음에 품고

영화관에 가지 마시라는 것,

그냥 빈 마음으로 가서 대사 하나, 하나 놓치지 말고

장면에 어울리게 멋지게 흐르는 음악도 귀담아 들으면서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도 느끼면서 한 번

영화 <황진이>에 풍덩 빠져 보시라고......

 

국제 영화제에서 부디 영화 <황진이>가 큰 상을 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3.

영화 황진이는 어쩌면 그녀 황진이보다

놈이라는 인물에게 그 촛점이 맞춰진 듯한 영화이다.

그만큼 놈이라는 역이 이 영화에서 중요하고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이란 뜻이다.

 

두 번째 볼 땐 확실히 그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가 시작되는첫 장면부터 놈이가 등장한다는 것을....

 

오래 전 황진사댁을 떠났던 그는

副와 함께 몰락한 황진사 댁에 구원자처럼 나타난다.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직 한 여자 '진이'밖에 몰랐던 놈이....

그것이 그가 다시 돌아온 이유이다.

 

늘 그녀의 뒤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녀를 지켜주던 그,

그것은 그가 평생 진이를 위해 해 온 일이다.

 

마침내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녀의 눈빛 하나로

그는 죽음마저도 달콤하게 받아들이고...

 

그렇게 이승에서 꽃피우지 못한 그들의 사랑은 놈이의 죽음과 함께 새로이 시작된다.

아....지고지순한 슬픈 그들의 사랑.

 

놈이의 그런 일편단심 사랑이 그리운

지금,

.......

 

21세기이다.

 

 

한줌 재로 변한 놈이의 영혼을 바람에 날리며

진이는 이렇게 말한다.

 

"바람으로 오세요....

비가 되어 내리세요.

당신 따라 바람으로 지내렵니다.

당신 품에서 잠들고 깨어나렵니다.

사 랑 합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