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의 최고 영화 점치기 2009-01-14
"요즘 뜨는 두 편의 영화, <과속 스캔들>과 <쌍화점> 중
과연 어느 영화가 그랑프리를 받을까?"
색깔이 전혀 다른 두 영화를 놓고 우열을 가려야 할 때,
과연 심사위원들이 고르는 작품은?
내 생각이 답이 될 순 없지만
답부터 말하자면 <쌍화점>이다.
물론 두 편 중에서만 고른다면.
앞으로 어떤 더 좋은 영화가 개봉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2003년 당시 잠간 영국에 머무는 동안,
몇 편의 영화가 개봉했을 때도 난 지금처럼
미리 그 해의 그랑프리 영화를 점치고 있었다.
개봉된 영화 중 <러브 액츄얼리>에 대한 감동이 컸으므로
과연 이 영화가 그랑프리를 받을 수 있을까에 관심이 갔던 것이다.
다만 그 때는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던
영화 <반지의 제왕3/ 왕의 귀환>을 미처 못 본 상태였다.
영화 장르상 관심 분야가 아니어서 미처 볼 기회를 안 가졌던 터였다.
결과적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랑프리가
<반지의 제왕3, 왕의귀환>으로 돌아가자 <반지의 제왕>을 안 볼 수가 없었다.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고 두 아들들의 성화도 있었고...
보고 난 후,
난 심사결과에 수긍할 수 있었다.
<러브 액츄얼리>도 좋은 영화지만 그랑프리깜(?)은 <반지의 제왕>이었다.
우선 영화의 스케일이 달랐고 스토리도 탄탄했으며
무엇보다 반지의 제왕에 사용된 음악들은 영화 장면을
든든하게 받쳐줄 뿐만 아니라 영화를 고급스럽게 포장해
전체적으로 영화의 품격과 감동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주었다.
굳이 서양의 이 두 영화에 요즘 뜨는 두 영화
<과속 스캔들>과 <쌍화점>을 비교하는 이유는
<과속 스캔들>은 <러브 액츄얼리>와
그리고 <쌍화점>은 <반지의 제왕>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고나 할까...?
예를 들면 전자의 두 영화가
캐쥬얼한 분위기의 행복 바이러스를 내뿜는 가족용 영화라면
후자의 두 영화는 시상식에서 그랑프리를 노리는 듯한
어떤 무게감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쌍화점은,
<반지의 제왕>만큼은 아니지만
스케일면에서 <과속 스캔들>보다 훨씬 웅장하고,
네 명의 주요인물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잘 풀어간다.
아주 진지하고 조급하지 않게
그리고 논리에 어긋나지 않게.
바로 이 점,
논리에 어긋나지 않은 이야기의 전개와 장면의 설정이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영화에 몰입할 수 밖에 없고
인간 내면의 심리묘사에 심혈을 기울이기 위해
배우들이 몸을 사리지 않을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을 미치게 한다.
내가 조인성이라 해도 완전 올 누드가 되는 것에
망서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가끔 한국영화들이 빚는 오류 중 하나는
인물의 캐릭터를 충분히 묘사하지 못한 채
주변에 사소한 장면들을 불필요하게 등장시켜
오히려 이야기의 촛점이 흐려지거나
주제에 접근해가는 데 방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쌍화점>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상태로
끝까지 이야기를 완성도있게 풀어가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다시 <러브 액츄얼리>와 <과속 스캔들>을 비교해 보면
물론 스케일면에서 <과속 스캔들>은
<러브액츄얼리>를 따를 수 없는 아주 작은 소품이다.
거의 십분의 일에 해당한다.
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과속 스캔들>이
3대간에 걸친 한 가족사를 이야기한다면
<러브 액츄얼리>는 무려 10커플의 이야기를
조각 맞추기하듯 풀어 헤쳐 모으기식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최근 집에서
이 영화를 비디오로 다시 볼 기회를 가졌다.
보면서 느낀 건 다섯 번째 보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생소한 장면들이 여러 번 눈에 띄었다.
좋은 영화란 그렇게 숨어있는 장면들이 많이 잠복(?)해 있나보다.
그랑프리를 수상한 <반지의 제왕>을
두 번 다시 볼 기회를 갖지 못한 반면
2등을 차지한 <러브 액츄얼리>는 다섯 번이나 보았다는 점,
이런게 영화의 취향이라는 것인가보다. ㅎㅎ
각각 다른 색깔의 영화의 우열을 가린다는 건
좀 우스운 일이긴 해도
영화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란 것도 어쩔 수가 없다.
관객의 입장에서 앞으로 더 많은
다양한 빛깔의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어차피 보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영화는 다르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영화도 내 취향이 아니라면
내 관심 밖이기 때문이다.
이왕 말이 길어진김에
어느 작품이 최고이냐라는 점보다
이런 좋은 영화들을 만들어
가만히 앉아 그 즐거움을 맛보게 해 준
수많은 영화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쁜 건
한국 영화가 이제
나로하여금 외화 앞에서만 서성거리게 했던
그 전과 달리 볼만한 한국 영화를 찾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한국 영화의 발전을 기원한다.